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푸른 하늘

김용택

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
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

2015년 12월 9일 수요일

첫사랑

서정춘

가난뱅이 딸집 순금이 있었다
가난뱅이 말집 춘봉이 있었다 
순금이 이빨로 깨트려 준 눈깔사탕
춘봉이 받아먹고 자지러지게 좋았다 
여기, 간신히 늙어버린 춘봉이 입안에
순금이 이름 아직 고여 있다







*
서정춘 시인은 다작을 하는 시인이 아니다. 책도 절판이나 품절이 많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
한편 한편이 마치 하이쿠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짧고, 강렬하며, 여운이 길다.

2015년 11월 26일 목요일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글쓰기에 관한 조언

원문 : http://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01513


12. 그 순간 나오는 생각을 적어라. 골똘히 짜내지 않은 생각들이 보통 가장 가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
13. 내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냐고? 지어낸다. 다 내 머리 속에서 나온다. (닐 가이먼)
17. 아마추어들이 영감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프로들은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스티븐 킹)
19.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잘 해내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초월할 때, 비로소 일하기 시작한다.  (알랭 드 보통) 
23. 재능은 싸구려다. 중요한 건 훈련이다.  (앙드레 드뷔)
29. 가능한 한 자주 글을 써라. 그게 출판될 거라는 생각으로가 아니라, 악기 연주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J.B. 프리슬리)
32. 매우 일찍 일어나서 바로 일을 시작해라. 먼저 일하고, 씻는 건 나중에 해라. (W.H. 오든)


인상적이거나 마음에 드는 것들을 뽑아본 것인데 가만 보니 내가 ‘해야 할 일’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

강우

김춘수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잠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시월의 현상 - 도재명

그리워라
지난 시월의 현상

불완전한 기억
불안정한 감정

미숙한 질문과
미온적인 대답

사려깊은 배려와
사치스런 욕심

어색한 공기와
익숙한 취기

내게 행복이었던
너의
수줍은 눈빛과
느린 걸음
내겐 고난이었던
머뭇거림
그리고
기약없는 기다림

https://www.youtube.com/watch?v=wkfpQl3jTkE

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페렐만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 열 명을 비롯해서 총 서른다섯 명의 청소년들을 맡은 리지크는, 그들의 담임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불가능한 과제라고 느꼈다. 수학 클럽 아이들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경이로운 영재인 알렉산드르 골로바노프는 맨 앞에 앉아서 “다른 학생들이 입을 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곤 했습니다”라고 리지크는 회고했다. 그리샤 페렐만은 뒤에 앉았다. 그는 해답이나 설명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 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는 손을 들곤 했지요.” 리지크는 페렐만의 동작을 흉내내려고 책상 위에 얹었던 손을 살짝만 들어 올렸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동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말은 최종 판결이었어요.” 게다가 페렐만은 다른 비범한 학생들이 하는 짓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수업 시간에 한눈을 팔면서 이를테면 다른 문제를 푸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실질적으로 그에게 소용이 없는 논의를 경청했다. 규칙은 규칙이었고, 학생은 수업중에 경청해야 마땅했으니까.
 리지크는 예전에도 페렐만 같은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 아이가 매년 입학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예외적일 정도로 겸손했습니다. 자만심 따위는 전혀 없었지요. 나는 그것이 미래에 특별한 인물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골로바노프 같은 아이들도 봤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수학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들은 대학교수의 수준에서 멈춥니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아이들은 성품이 달라요.” 리지크는 노련한 교사의 눈으로 경외심을 일으키는 학생 페렐만을 발굴했다. (pp.78~79)
 나머지 경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데올로기 강의뿐 아니라 성적 미달자들을 위한 대형 강의, 그리고 자기가 전공하려는 영역 바깥의 강의를 빼먹을 구실을 만드느라 바빴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으니, 당연히 페렐만이었다. 그는 모든 강의에 참석했다. 그의 성적은 5점 만점에 4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대형 강의까지 들었다.
 골로바노프는 마르크스주의 강의들을 “미친 과목들”이라고 불렀다. 페렐만은 그것들을 학업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대단한 압축력을 지닌 자신의 뇌를 학우들을 위해 사용했다. “이 대목에서 그리샤의 명확한 정신이 매우 요긴했습니다”라고 골로바노프는 회고했다. “그 과목들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무의식의 흐름과도 같아서 전부 다 처리하든지, 아니면 아예 무시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자는 평범한 인간에게는 불가능했고, 후자는 위험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샤는 그 과목들에서도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냈습니다. 따라서 그 모든 미친 과목들에 관한 그의 노트는 우리에게 매우 소중했습니다.” (pp.115~116)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중에서 

2015년 9월 23일 수요일

아는 형 글. 미국 관련.

아는 형이 쓴 글인데 아주 좋아서(내가 이 진위를 알아 좋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화 자체가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아서) 퍼온다.



 미국에서 면접볼 때 중요한 사항인 듯...미국에선 악수할 때 손을 꽉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함. 한국에서는 손을 꽉잡으면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어서 배려하기 위해 약간 느슨하게 잡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미국에서는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함. 그래서 중산층 가정에서는 악수할 때 꽉 잡으라고 어려서부터 반복 교육시킴.
 대화할 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면 저사람이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거나 뭔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남자건 여자건 아무튼 눈을 봐야만 함. 눈을 쳐다보지 않으면 상대방을 무시한다고 생각. 지나다니면서도 눈을 보기 때문에 눈 마주치면 '하이' 등의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 대도시에서 서로 무관심하기에 서로 눈 안마주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 관계가 있고 예의를 차리려면 눈을 맞쳐야 함. 이것도 중산층 가정에서 반복하며 가르치지만 하층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대목.
 면접에서 이것저것 질문하는 것도 미국 중산층 교육의 특징. 한국은 이런 상황에서 질문하면 기분나빠할까봐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이렇게 자연스럽게(자연스럽게가 중요, 잘못 질문하면 역효과가 나기도 하니...그래서 어려서부터 반복훈련이 중요)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마지막에 질문이 있냐고 할 때 그냥 넘기지 말고 적절한(적절해야만 함) 질문하는 것이 중요. 특히 언제 연락줄거냐고 물어보는 것은 한국에서는 좀 예의없어 보이지만 미국에서는 안 물어보면 회사에 관심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물어봐야 한다고 함. 한 예로 미국 중산층 부모들은 아이들이 병원에 진찰받으러 가기 전 의사한테 질문할 거리를 미리 생각해 보라고 하고 질문하는 것을 미리 반복연습시킨 후 의사와 대화할 때 실천하게 하고 나중에 어떤 대화를 했는지 물어보고 이것저것 더해주면서 발전시켜 나가는데 이런 것들이 의사와의 관계를 친근하게 만들고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데 중요하고 더 나아가 사회관계에서 중요하다고 함. 이런 상황은 강의시간이나 컨퍼런스 등에서도 반복되는데 질문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교수와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경우가 많음. 한국에서는 뭔가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 미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은 날카로운 질문도 교수에게 자신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은 교수와 친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질문으로 자신을 인식시키고 강의나 세미나 후 다가가서 대화를 이어가며 관계를 만들어 가는 수단으로 사용함. 한국사람으로 영어할 때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이런 것들인데 영어로 대화는 하지만 적절한 질문과 이어지는 대화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영어를 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음. 아무튼 질문을 하는 연습, 특히 적절한 질문을 하는 연습을 어려서부터 많이 한다고 함.
 미국에서는 중산층에서 사회적응하기위한 방법으로 이런 것들을 부모들이 어려서부터 반복 교육시키는데 빈민가에서는 이런 교육이 없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보면 이 사람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금방 알게되고 같은 계층, 문화를 가진 사람과 더 관계를 가지려 하고 채용하려 하는 문화가 반복됨.
 내 경우 눈 보는 거나, 손 꽉잡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나 편한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행동들이 내 의도와 관계없이 미국의 맥락에서 해석되어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 알게 됨.

2015년 9월 22일 화요일

이 나이면

이 나이면, 직업으로 하는 일 외에는 무엇을 해도 아마추어다.
프로가 될 가능성이 없는 아마추어.
무엇을 해도 취미생활이라는 말이고, 우선순위의 최하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좋든 싫든, 프로라면 아마추어의 일에 기웃거리는 일을 알아서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 돈을 벌어 식구를 먹여 살리면 인생에 있어서는 프로.


그런데 왜 자제가 안되지 ㅜㅜㅜㅜㅜㅜㅜ

2015년 9월 9일 수요일

베테랑

 너무 피곤하고, 속도 메슥거려서 운동을 가지 못하고 잠을 잤다. 아홉시쯤 깨서 베테랑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전에 집 앞에 생긴 CGV에 잠이 덜 깬 상태로 갔다. 영화 중반까지 몰입해서 잘 보다가 한참 재미있을 시점에 현실감각이 돌아왔다. 아, 내가 이렇게 여유있을 때가 아니지.
 영화는 재미있었다. 유아인은 갈수록 일취월장이고, 황정민의 연기도 거북스럽지 않았다(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상하게 가끔 그의 연기가 과장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선인역(善人役)으로 나올 때 특히 그렇다). 격투씬도 흥미진진했고. 마지막에 조태오와 맞짱뜨는 장면은 다시 보고 싶을 만큼 괜찮았다.
 이제 어서 자야겠다. 밤이 늦었다.

2015년 9월 8일 화요일

밤늦게 집에 가지만

무익하다.
한 것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려운 일에 도전하다가 간다.
오늘 그만두면 의미없는 하루겠지만, 내일이라도 이루면 오늘이 의미없는 하루가 아닐 것이다.
오늘의 의미가 내일에 달렸다.

2015년 9월 7일 월요일

후회

 내가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앞으로도 후회할게 한가지 있다면, 대학에 올때 과 잘못선택한 것. 정말 재미로, 그냥 배우고 싶어서 선택하든지 아니면 아예 돈벌이 최적화된 과를 가든지 둘중에 하나 했어야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어중이 떠중이였다는 것. 사람이 그래서 목표가 확실해야 한다. 목표가 없으면 망설이다가 좋은 기회를 다 날린다.

2015년 9월 2일 수요일

회사 이메일

항상 쓰던 아이디가 있었는데 조직장의 이메일과 너무 비슷해서 바꿨다.


마음에 든다. 내가 이름에 걸맞는 사람은 절대 아니지만 :-)

2015년 8월 28일 금요일

무화과 꿈 - 심보선 中

나는 가끔 그대 소식을 듣네
그대는 유명인사 장례식에 참석하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그대는 더 아름다워졌다고 하네

나는 가끔 궁금해지네
그대는 몇 살까지 아름다울까

2015년 8월 19일 수요일

하이쿠

 외국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불편한 점이 많지만, 불편하다기보다 가장 아쉬울 때는 외국어로 된 글을 읽지 못할 때다.
 일어도 잘 할줄 알면 하이쿠를 읽어볼 수 있을텐데 전혀 하지 못하니 번역된 것밖에 읽지 못한다.
 훗날 일어를 아주 잘 아는 친구가 생기면 물어볼까 해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퍼둔다. 시를 번역해줄 정도가 되려면 일어와 국어를 둘 다 아주 잘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친구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春の句  

1 山路來て何やらゆかしすみれ草         松尾芭蕉
2 古池や蛙とびこむ水の音               松尾芭蕉
3 春雨や蜂の巣つたふ屋根の漏り         松尾芭蕉
4 行く春や鳥啼なき魚の目は泪           松尾芭蕉
5 雲雀より空にやすろふ峠かな           松尾芭蕉
6 草臥れて宿かる頃や藤の花             松尾芭蕉
7 春の海ひねもすのたりのたりかな       与謝蕪村
8 菜の花や月は東に日は西に             与謝蕪村
9 菜の花や昼ひとしきり海の音           与謝蕪村
10 春雨や物語行く蓑と傘                与謝蕪村
11 雪解けて村いつぱいの子供かな        小林一茶
12 我と來て遊べや親のない雀            小林一茶
13 やせ蛙負けるな一茶これにあり        小林一茶
14 雀の子そこのけそこのけ御馬が通る    小林一茶
15 あれ梅といふまに間がる小舟かな      小林一茶
16 梅一輪一輪ほどの暖かさ              服部嵐雪
17 赤い椿白い椿と落ちにけり            河東碧梧桐
18 校塔には遠き日や卒業す              中村草田男
19 初つばめ父子に友の來てゐる日        加藤楸邨
20 眼にあてて海が透くなり桜貝          松本たかし
21 青々と空を残して蝶分かれ            大野林火
22 を待つ大路の春をうたがはず          石田波鄕
23 高々と蝶越ゆる谷の深さかな          原石鼎
24 時計屋の時計春の夜どれがほんと      久保田万太郞
25 昼蛙どの畦のどこ曲うか              石川桂郞
26 咲満ちて庭盛り上がるさくら草        山口青邨

夏の句    

1 五月雨を集めて早し最上川            松尾芭蕉
2 六月や峰に雲おく嵐山                松尾芭蕉
3 夏草や兵どもが夢の跡                松尾芭蕉
4 閑さや岩にしみ入る蝉の声            松尾芭蕉
5 草の葉を落つより飛ぶ蛍かな          松尾芭蕉
6 夕立や草葉を掴む村雀                与謝蕪村
7 夏川を越すうれしさよ手に草履        与謝蕪村
8 牡丹散つて打ち重なりぬ二三片        与謝蕪村
9 五月雨や大河を前に家二軒            与謝蕪村
10 鮎くれて寄らで過ぎ行く夜半の門     与謝蕪村
11 蟻の列雲の峰より続きけん           小林一茶
12 青梅に手をかけて寝るかわずかな     小林一茶
13 蟬鳴くやつくづく赤い風車           小林一茶
14 やれ打つな蠅が手をすり足をする     小林一茶
15 目には青葉山ほととぎす初かつお     山口素堂
16 市中は物の匂ひや夏の月             野沢凡兆
17 夏嵐机上の白紙飛トびつくす         正岡子規
18 青蛙おのれも塗りたてか             芥川龍之介
19 夏の川赤き鉄鎖リの端浸たる         山口誓子
20 ピストルがプールの硬き面にひびきき  山口誓子
21 引張れる糸直ぐや甲虫               高野素十
22 万綠の中や吾子の歯生えそむる       中村草田男
23 こんこんと水は流れて花菖蒲         臼田亜浪
24 算術の少年しのび泣けり夏           西東三鬼
25 雀らも海かけて飛べ吹流し           石田波郞
26 一つづつ分けて粽の我になし         石川桂郞

秋の句    

1 荒海や佐渡に横たう天の川            松尾芭蕉
2 名月や池をめぐりて夜もすがら        松尾芭蕉
3 物言へばくちびる寒し秋の風          松尾芭蕉
4 秋深隣は何をする人ぞ                松尾芭蕉
5 温泉の底にわが足を見る今朝の秋      与謝蕪村
6 明月や今朝見た人に行き違ひ          与謝蕪村
7 昼飯をぶらさげてゐる案山子かな      小林一茶
8 石仏だれが持たせし草の花            小林一茶
9 秋の夜や障子の穴が笛を吹く         小林一茶
10 上行くと下來る雲や秋の空           野沢凡兆
11 朝顔に釣瓶とられて貰ひ水           加賀千代女
12 あかとんぼ筑波に雲もなかりけり     正岡子規
13 柹食へば鐘が鳴るなり法隆寺         正岡子規
14 首上げておりおり見るや庭の萩       正岡子規
15 糸瓜咲いて痰のつまりし仏かな       正岡子規
16 おりとりてはらりとおもきすすき     飯田蛇笏
17 くろがねの秋の風鈴鳴りにけり       飯田蛇笏
18 啄木鳥や落葉をいそぐ牧の木々       水原秋桜子
19 靜かなる力満ちゆきばつた跳ぶ       加藤楸邨
20 親よりも白き羊や今朝の秋           村上鬼城
21 金剛の露一粒ヒや石の上             川端茅舍
22 露の玉ありたじたじとなりにけり     川端茅舍
23 とどまればあたりにふゆる蜻蛉かな   中村汀女
24 あかとんぼ葉末にすがり前のめり     星野立子

冬の句    

1 初しぐれ猿も小蓑をほしげなり        松尾芭蕉
2 初雪や水仙の葉ハの撓むまで          松尾芭蕉
3 旅に病んで夢は枯野をかけめぐる      松尾芭蕉
4 しぐるるや鼠の渡る琴の上            与謝蕪村
5 戸に犬の寝返る音や冬籠り            与謝蕪村
6 冬川や仏の花の流れ去サる            与謝蕪村
7 雪折れも聞えて暗き夜なるかな        与謝蕪村
8 うまそうな雪がふうはりふはりかな    小林一茶
9 大根引ヒき大根で道を敎へけり        小林一茶
10 つく羽根を犬がくはへて參りけり     小林一茶
11 これがまあ終のすみかか雪五尺       小林一茶
12 初雪や今ゆく里の見えて降フる       小林一茶
13 団栗のともに掃かるる落葉かな       正岡子規
14 いく度も雪の深さを尋ねけり         正岡子規
15 仏壇の菓子美しき冬至かな           正岡子規
16 木枯しや海に夕日を吹き落とす       夏目漱石
17 冬蜂の死にどころなく步きけり       村上鬼城
18 スケートの紐結ぶ間もはやりつつ     山口誓子
19 海を出て木枯らし帰るところなし     山口誓子
20 咳の子のなぞなぞ遊びきりもなや     中村汀女
21 寒雷やぴりりぴりりと真夜の玻璃     加藤楸邨
22 降る雪や明治は遠くなりにけり       中村草田男
23 水枕がばりと寒い海がある           西東三鬼
24 冬薔薇赤く咲かんと黒みもつ         細見綾子

2015년 8월 9일 일요일

판교에서 대구까지

 길이 안막히면 세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처음엔 중간에 잠깐이라도 휴게소에 들르곤 했는데 이제는 쉽게 한번에 온다. 운전을 하다 보면 이생각 저생각 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앞만 봐야 하고 기껏 다른 일이란게 라디오를 듣거나, 음악을 듣는 일 밖에 없어서.
 예전에 손석희의 시선집중 방송 들을 때마다 트럭이나 택시기사님들이 자주 시청자통화시간에 나오는 것을 들었는데, 그때도 그럴만 하겠다 싶었다. 아마 강제로 가장 오랜시간 생각하게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생각만 하고 그에 걸맞는 학습을 안해서 위태로워지기 쉽긴 하겠지만.

 그 오랜 세월 운전을 하시면서, 아버지는 무슨 생각들을 하셨을까. 그 세월 그 끝없는 도로 위에서 어떤 생각들로 시간을 채우셨을까. 몸이 기력이 다 해 운전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된 이후로, 어떻게 시간들을 견디고 계실까. 
 이런걸 아버지에게 물어볼 수 있는 날이 올까.

 모르겠다. 착잡하고.

2015년 8월 7일 금요일

회사다니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데

이직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잘 될까?

ㅜㅜ

암살


 영화 보고 왔다. 영화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무위키에 잘 정리되어 있다. (그나저나 이 나무위키도 엔하위키처럼 언젠가 사라져버리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전지현의 연기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듣고 봤는데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괜한 선입견인지. 조금 생각해봤는데 전지현이 표정변화의 폭이 조금 적은 것 같다. 말도 억양의 변화가 적은 것 같고. 그래서 약간 단조롭다는 느낌이 있다.
 늦게 들어가서 초반을 조금 못봤는데 오프닝에 데라우치 총독 암살미수 사건이 나온다고 한다. 나중에 호핀에 나오면 봐야겠다.
 전반적으로 특이할 만한 점이 없고 그닥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이 없다. 전지현의 우월한 미모와 기럭지가 중간중간 눈에 띈다. 비싼건지 싼건지 저기 포스터에도 입고 나오는 저 모직코트(모직 맞나?)도 왠지 엄청 좋아 보이고. 역시 옷걸이가 좋아 그런가.
 최동훈 감독이 이것 말고도 <도둑들>, <전우치>, <타짜>, <범죄의 재구성>을 찍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중 <범죄의 재구성>을 제일 좋아한다. <전우치>나 <타짜>도 재미있게 보았고 <도둑들>도 그럭저럭. 그러고 보니 다섯개중에 <암살>이 가장 밋밋한 영화인것도 같고.

 그보다도 영화관에서 <협녀, 칼의 기억>이라는 영화 광고지를 가져왔는데 주연이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이다. 굉장하다. 정말 기대된다. 이병헌 전도연이라니.

2015년 8월 5일 수요일

실패하는 증명

 실패하는 증명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 가진 성질을 이용한다. 결국 ‘A는 A다’라는 너무 당연한 말을 비비 꼬아서 적은 것에 불과한 것. 이게 문제가 어려워지면 자기 자신도 속는다. 그 자신을 이용한 것인지 알아내는 것은 곰곰히 생각해보면 본질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증명은 무언가를 엄밀하게 정의(define)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좋은데, ‘어떤것을 정의한다’는 문제는 그 자체로 순환적이기 때문이다. ‘뭘 정의를 해야겠으니 그것에 대해 알아야겠는데, 아니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한다니. 그게 정의라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얘기. 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대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정의가 명확하면 이해가 흐릴 수가 없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정의하고 엄밀한 정의가 더 좋은 이해를 낳는다. 이렇게 선순환 사이클을 타서 무모순성에 얼른 도달해야 그걸 또 다른 곳에 써먹고 하는데, 이 과정이 그리 녹록치가 않다. ‘문제 안에 답이 있다’는 말이나, ‘옳은 답을 얻으려면 옳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다 이 말이다.

2015년 7월 23일 목요일

벌써

인생이 끝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이도 많고. 별다른 희망도 없고.

오늘은 오래간만에 심야영화를 볼까.

2015년 7월 1일 수요일

간신

 영화관에서는 못보고, 호핀으로 봤는데 듣던 평보다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노골적이고 변태적인 성행위 묘사나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난무하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야하다거나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다. 아마 나는 차이나타운같은 더 하드코어한 영화들 덕분에 자극의 역치가 매우 높은 모양이다.
 추천할만한 영화다. 배우들도 모두 훌륭하다.


 스틸컷은 마지막 장면. 처음엔 약간 싸게 보인다고 해야하나, 일부러 그렇게 분장을 하고 나와 그런지 비호감이었으나 갈수록 괜찮아진다. 임지연씨보다 이유영씨가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내 이상형은 오히려 임지연씨에 가까운데(수애나 김고은씨 같은 스타일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듯) 아마 이 장면을 포함한 마지막 부분에서 순위가 뒤집어지지 않았나 싶다. 둘 다 한예종 연기과이고 1년 선후배로 원래 알고 지냈던 사이라고 한다. Youtube에 둘이 시사회에 나온 영상이 있는데 장소가 건대 롯데시네마다. 아쉽다. 가서 직접 볼 수도 있었을텐데.

2015년 6월 30일 화요일

영화 무뢰한 스틸컷

바로 앞에 영화 무뢰한 이야기를 썼는데, 호핀에 나왔길래 김남길의 ‘그걸 믿냐’부분을 캡쳐했다.

정재곤(김남길 분)이 김혜경(전도연 분)네 집에서 김혜경이 만들어준 잡채 먹으면서 이야기 하는 장면이다. 이미지 클릭하면 큰 이미지 나오는데 꼭 보시기를. 전도연의 미묘하고 세밀한, 정밀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감정 컨트롤 및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 박준길이한테  그 돈 주고, 나랑 같이 살죠
- 영준씨 사기꾼이죠
- 네
- (웃으면서) 내가 더 사기꾼인지도 몰라요.
  영준씨라면 어떻게 할거예요?
- 그냥 돈들고 튀지
- 근데 왜 돈을 구해줘요
- 준길이하고 같이 갈거야?
  준길이 돈줘서 보내버리고 나랑 같이 살면 안될까?
- 진심이야?
진심이야?

이영준(영화속 정재곤의 가명)이 조금 뜸을 들이더니
“그걸 믿냐”하고 약간 장난기 섞인듯 힘빠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대답을 듣고 김혜경이 잡채를 먹는 장면



첨밀밀도 그랬고, 뭔가를 먹는 장면이 서글프다. 가슴에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을 음식으로 틀어 막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박준길(박성웅 분)에게 돈을 주러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김혜경이 묻는다.
- 나랑 같이 살고 싶다고 그런거 거짓말이죠?
나랑 같이 살고 싶다고 그런거 거짓말이죠?
- 내 말 믿지 마
- 아냐 진짜같애
아냐 진짜같애




전도연씨는 역시
굉장한 배우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 포스트 쓰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박성웅씨는 공식 블로그도 운영중인것 같다.
첨밀밀도 링크 걸려고 검색해보니 올해 중국에서 개봉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개봉 못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2015년 6월 7일 일요일

무뢰한

영화 무뢰한 보고 왔다.
전도연 데리고 이렇게 영화를 못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이 영화는 어떤 장르를 표방하고 만든걸까 하는 생각도 했다(하드보일드 멜로라고 한다).

전도연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티의 옥.
잘하는 수준이 아니다. 잘하는 연기는 실제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현실감을 자극한다고 평소 믿고 있는데 전도연의 연기가 바로 그렇다.
조연이지만 김민재씨의 연기가 매우 돋보였다.

김남길이 ‘그걸 믿냐’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감정을 저렇게도 다룰 수 있구나 싶었다. 영화적으로 어떻게 다루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저런 식으로 다루는 것을 생각해본 것이다. 파괴적이었고 그래서 아주 매력적이었다.

김남길과 박성웅의 격투씬이 멋있다. 그동안 봐왔던 것들과 아주 달랐고, 가장 그럴듯하면서 영화적 요소가 충분한 정말 멋진 씬이라고 생각한다. 격투씬은 리얼하면 할수록 재미가 없고, 공상이 가미되면 가미될수록 현실과 멀어진다. 그 중간지점을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쯤 잡느냐가 연출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짧았지만 단연 만점짜리 액션이었다. 류승완 감독도 “액션을 위한 액션이 아니라 서로 부딪히는 힘의 충돌과 액션의 쾌감이 대단했다”라고 말할 정도다.

무뢰한(無賴漢)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았다.
‘賴’자는 의뢰하다가 첫번째 뜻이고 그 외에도 뜻이 굉장히 많은데, 적당한 것을 못 고르겠다.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일정한 소속이나 직업이 없이 불량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 [비슷한 말] 뇌자(賴子).
1) 성품이 막되어
2)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3) 일정한 소속이나 직업이 없이
4) 불량한 짓을 하며
5) 돌아다니는 사람

무뢰한이 되려면 꽤나 조건이 까다롭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말이 ‘뇌자(賴子)’라고 한다. 無賴漢의 漢이 賴子의 子와 같다는 것을 고려하면 賴子와 無賴漢은 반의어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특이하다.


2015년 6월 3일 수요일

여자로 산다는 것은

여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남자와 어떻게 다를까.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아니면 미국에서? 아니면 아프리카에서? 이런 밑도 끝도 근거도 없는 생각을 하다가 여자 나름이라는 또다시 밑도 끝도 없는 결론을 내렸다. 특별한 삶을 사는 여자도 있을 것이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잘 구분할 필요도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그렇다면 남자도 그럴 것인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아주 평범하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어떤면에서는 굉장히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것 같다는 결론을 얻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2015년 5월 28일 목요일

When I’m Gone

피치퍼펙트라고 최근에 개봉한 영화같은데 우연히 어떤영화인지 티져보려다가 듣게 되었다
영화를 꼭 보러 가야겠다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cmSbXsFE3l8

2015년 5월 26일 화요일

사람이 그리울 때는

오히려 철저히 유리(遊離)되는 게 낫다는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2015년 5월 21일 목요일

김애란 - 달려라 아비 中

 나는 외로워졌다.  그러나 세상은 조용했고, 햇빛은 헤어진 애인이 보내온 예의바른 편지처럼 여전히 저쪽 방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2015년 5월 18일 월요일

만화책 사고 싶은데

http://www.yes24.com/24/Goods/7275931?Acode=101
아오노 슌주 -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만화책 사고 싶은데 돈이 없네
ㅎㅎㅎㅎㅎ

2015년 5월 13일 수요일

잃다

주윤하

https://soundcloud.com/abyssalbenthic/reef9qzbd7bc


난 또 결국 다시
제자리인 거 같아
바보처럼 아팠던 지난 시간들을
다 잊은 채로 
그래 결국
이렇게 됐어 난

2015년 5월 12일 화요일

추억의 부스러기 - 파이란

2월에는 꽃향기를 기다리겠습니다
화장기없는 뺨 위
주근깨로 드리울 발그레한 햇살과
미소지을 때마다 폴폴 참지 못할
버리지 못해 유치한, 사랑의 은유들
2월에는 거두어 드리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LjAjA8KVRQ&feature=youtu.be&t=6m53s

2015년 5월 11일 월요일

책의 일부분을 적어놓듯이

영화도 일부분 클립이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간단히 하는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아쉽네.

호핀에 위플래쉬가 떴다. 이 영화는 어떤 한 장면이 가장 강렬했다 싶은 이런 곳은 없었으나 영화 전체가 굉장했다. 마지막 연주도 그렇고. 받아서 마지막 연주는 한번 들어볼듯 싶다.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멕시코행 고속열차 들으려고 YouTube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
full album이 그냥 올라와있네 -_-

음란서생

김대우감독 2006년작


이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가 좋아서 이 부분만 몇번 봤다.
“정빈 마마.
밖은, 꽃이 만발하였습니다.
마마는, 저를 놀리셨지요.
그러면서 즐거워하셨습니다.
갑자기 벌이 한마리 날아들었고,
제가 그걸 쫓아드렸지요.
참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YouTube에 영화 전체가 있는데 ‘오늘만 무료’라고 써있어서 언제 없어질지는 모르겠다.
https://youtu.be/tIBOxH1TRKM?t=5m37s


방자전도 그렇고 인간중독도 그렇고 김대우감독의 작품은 모두 다 재미있게 봤다.

2015년 5월 9일 토요일

통계책 한권이면

1년을 꽉 차게 때울 수 있겠다.

생각해보면 나만큼 공부하기 좋은 환경과 성격을 타고난 사람도 드문데,
문제는 하기가 싫다는 것.

‘정상’을 명확히 특정지을 수 없다면,

그냥 다수가 원하는 바가 정상이 아닐까.
정상이 합리성이나, 지속가능성을 뜻해야만 하는건 아닐테니까 말이다.
매사 그냥 정상이 살기 편하지 않나 싶다. 좀 더 영리하려면 Gaussian의 한참 바깥에 있어야지 \(2\sigma\)안쪽이면 별 의미없다.

어쩔 수 없겠지

김사월


한 달 뒤 익숙한 동네 버스에서 내리는 어느 사람에게서
3일 동안의 그 광경들이 나타났던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좋은 것들을 보면 행복해져,
착각 같은 호의, 금세 잊어갈 사람 속에서
영원히 머문다는 너를 뒤로하고
멍청한 것들을 난 찾아다니기 시작했었다.

낯설고 익숙한 고독에 재촉해봤자 어쩔 수 없겠지.
사라지는 건 예측해봤자 현실은 항상 더하기만 했다.


노래는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들을 수 있다.
선율보다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강렬해서.

2015년 5월 8일 금요일

서른 셋 이후로는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기사

http://www.uncut.co.uk/news/study-shows-people-stop-listening-to-new-music-at-33-68144

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서른 셋이 넘으면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10대에 가장 유행에 민감하고 점점 popular한 음악에 대한 관심이 감소한다는 것. 여성은 남성보다 관심의 감소가 더딘데 49세까지 서서히 새로운 음악에 대한 관심이 감소한다. (연구가 맞다면) 여성들이 더 ‘감정적’인 이유가 될것 같기도 하다. 결혼은 갑자기 네살 더 먹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시사in 기사를 보니 이런 영화가 있었네.
시간내서 봐야겠다


기사중에,
생전의 그녀는 대체로 유모였고 때때로 가사도우미였으며 종종 간병인이었다. 부모도, 남편도, 자녀도 없이 평생 남의 집을 전전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목에는 언제나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 찰칵. 놀러 나온 아이. 찰칵. 거리의 부랑자. 찰칵. 삶에 지친 노인. 제 눈에 비친 세상을 쉬지 않고 흑백의 네모에 가두었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좋아하며 살다 간 비비안 마이어의 삶이 나름 괜찮아 보였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낸 나의 시간을, 나중에라도 이렇게 세상이 알아준다면 제법 근사한 일 아닌가, 살짝 부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근사한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넘겨 볼수록 미소 짓던 마음이 자꾸 시무룩해진다. 왜 이렇게까지 많이 찍었을까? 찍은 사진을 왜 한 번도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을까? 그녀의 삶은 왜? 그녀의 사진은 왜? 끝내 누군가의 마음에 머물지 못하고 낡은 박스에 담겨 치워져야만 했을까?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작가 이상이 쓴 소설 <실화>의 첫 문장. 비비안 마이어는 비밀이 많았는데도 내내 가난하고 허전했다. 비밀 말고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점점 더 가난해지고 허전해지는 삶이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장의 사진도 발표한 적 없는 은둔의 포토그래퍼.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라니.
 이참에 이상의 ‘실화’도 읽어봐야겠다.

2015년 5월 6일 수요일

퇴근

오늘은 할것도 많고 회사 컴퓨터도 집 노트북보다 더 좋고 해서, 개인적으로 뭐좀 하려고 했는데(뭔가 있어보이지만 결국 학교숙제 -_-) 회사가 너무 더워서 퇴근. 아마 냉방을 안해서 그런가보다. 아침이나 낮에는 추웠는데... 여튼 아쉽지만 퇴근. 집에가서 놀지 않고 열심히 해야 할텐데.

또 전에 차이나타운 봤을때처럼 늦은시간 표를 끊어서 혼자 영화를 보고 싶지만... 참아야지.

운전

어제는 세시간 반정도 운전해서 서울로 왔다. 일어나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안쉬고 왔더니 뒤에서 받힌 교통사고를 당했을때보다 목이 더 아팠다. 잘 돌아가지도 않고 뻣뻣하고. 저녁도 걸러서 그랬는지 약간 빈혈기도 느껴졌다. 중부고속도로 타기 싫어서 대전을 거쳐 경부만 타고 오는 길을 선택했는데 30분정도 더 걸렸지만 운전하기는 훨씬 더 수월했다. 차선도 넓고 트럭들도 적고. 서울 거의 다 와서 막히지만 않았다면 세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었을 듯. 신나게 밟으면 두시간 40분 정도도 가능해 보이고.

개인사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는 쓰지 못하면서 이렇게 공개된 곳에 쓰는 이유는 뭘까. 독자를 상정하지 않는 글은 없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라도 예상 독자가 된다. 나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 편이 아니므로 아마도 익명의 누군가가 재미삼아 볼 것을 예상해서 쓰는 것이든지, 아니면 나의 지인중에 뒤늦게라도 이곳을 알게 되어서 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통로가 되도록 쓰는 것일테다.

blogger에서

footnote지원해주면 좋겠다. 검색해보니 html로 거의 하드코딩하다시피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TeX\)처럼 쉽게 해주면 안되려나.

M. 나이트 샤말란

영화 Sixth Sense 감독이 인도계였구나. 지금 알았다.

2015년 4월 30일 목요일

차이나타운

 영화 ‘차이나타운’을 보고 왔다. 22시 20분에 입장하는 표여서 24시가 넘어 끝나는건데도 사람이 많았다. 그닥 인기있을 영화는 아닌것 같았는데.
 표 처음에 끊을때도 이게 무슨 영화인가 했다. 처음 들어봤다. 그저 아무거나 보고 싶어서 아무표나 사려고 영화예매 사이트에 들어가봤을 뿐이다. 김혜수 이름 석자보고 그냥 보기로 했다.
 평소 아주 좋아하던 느와르 영화여서 분위기나 화면의 색감에 푹 빠져서 봤다. 기대치 않게 김고은을 보아서 더욱 큰 수확(?) 이었다. 아무래도 내 이상형은 김고은같은 스타일인듯. 너무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저렇게까지 잔인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그거야 감독 마음이니까.

 마지막에 김고은이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데서 영화가 끝나는데, ‘살인의 추억’ 처럼 강렬하지는 않았다. 굳이 그 장면을 넣을 필요가 있었겠나 싶다.

 장기매매, 인신매매등 소문으로 떠도는 무서운 일들도 기정사실화 해서 나온다. 도시괴담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까. 특히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는 나는 대부분 믿는 편이다.

 어쨌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던 영화. 영화 보고 와서 이런저런 영화평을 찾아 봤는데 대개 수작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 감독은 이 영화가 처음인가보다. 그런데도 칸 영화제에 초청받다니. 대단하다.

2015년 4월 29일 수요일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시사in에서 연재되고 있는 코너인데 하나하나 다 재미가 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List.html?sc_serial_code=SRN163

가격, 가치

자주 가는 블로그에 글이 올라와서 보다가 강렬한 한문장이 있어 옮겨온다.

가치는 중요한 것이지만 결국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가격입니다.


 가치는 중요하다고 써있지만 10문10답을 읽어보면, 이 분은 가치보다 가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런 사람은 굉장히 신념이 확고하고 또 그만큼 생각이 정교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굳이 무너져야 하는것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의 사고방식은 자칫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알 수 없는 것’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기 쉬워서 돌이킬 수 없이 큰 재난을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더 안좋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사람들이 보통 강력한 지적 매력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주는데 이러면 걷잡을 수 없이 폐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베에도 이런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많고.

이렇게 써놓으니 안티같지만 전혀 아니라는 점도 덧붙여둔다. ㅎㅎ
저 문장이 강렬했던 이유도 저것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가격의 중요성에 공감하기 때문.

2015년 4월 28일 화요일

각종 경제지식, 지표, 추이등에 익숙해져야 살기 편할것 같다

그런것들이 (비록 아름답지는 않지만) 결국 세상을 움직이고 나는 그 시스템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15년 4월 22일 수요일

어떻게 하면 엘론 머스크같은 위인이 될까?

원글은 Quora에 있고, 원제는 좀 더 길다.
‘어떻게 하면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엘론 머스크, 리차드 브랜슨같이 위대해질 수 있나요’

온라인 질문 사이트 쿠오라 (Quora) 에 올라온 질문, “어떻게 하면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엘론 머스크, 리차드 브랜슨처럼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나요? ” 라는 질문에 엘론 머스크의 전처이자 작가인 저스틴 머스크가 답글을 달았습니다. 
‘굉장한’ 성공은 ‘굉장한’ 성격과 수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굉장한’ 성공은 일반적인 성공과 다르므로 더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 리처드 브랜슨이나 엘론 머스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적당히 성공하는 것이 행복해질 확률이 더 높습니다. 굉장한 성공을 거두는 이들은 보통 사람을 위한 세상을 살아가기가 불편한 괴짜들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만의 전략을 세우고, 나이가 들면서 그 전략을 다른 것들에도 적용하면서 세상을 바꾸어나가죠.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이 약간 미쳤다고 느낄 겁니다. 
집착하세요. Be obsessed.
집착하세요.
집착하세요. 
집착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당신을 집착하게 만드는 일을 찾으세요. 자아가 있는 것은 좋지만, 꿈꾸는 것이 충분히 큰 사안이라서 주변 사람들도 당신에게 영감을 받아야 합니다. ‘높은 목표’는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당신이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주위 사람들이 입에 발린 말을 하기 시작할 때도 흔들리지 않고 당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죠.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매료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고, 그 과정이 당신을 사로잡고 있어서 하는 겁니다. 굉장한 사람들은 잘 돌아가는 두뇌와 능력에 더해 미친 듯이 열심히 일합니다. 일 자체에 사로잡혀있지않다면 중간에 방전되거나, 지쳐 떨어지거나, 아니면 더 굉장한 경쟁자가 나타나 당신을 짓밟고 지나가 결국에 울고 말게 될 겁니다. 
큰 도전 과제가 나타날 때까지는 당신이 집착하는 것을 쫓아가세요. 이 도전 목표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당신의 목숨을 바쳐 쫓고 싶을 만큼 큰 문제여야 합니다. 이 목표를 찾는 데만 몇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여러 분야를 탐색하고, 선과 점을 이어가면서 큰 그림을 그려가는 거죠. 
초인적인 에너지와 체력도 중요합니다. 타고나지 않았다면, 가능한 좋은 몸과 체력을 키워야합니다. 시차 적응에 정신적 피로, 격렬하게 파티하는 기간, 외로움, 의미없는 미팅들의 연속, 큰 장애물, 가족 문제, 얼굴을 보기 어려운 배우자와의 문제, 우울해지는 밤,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들, 수면 부족, 그리고 더 심한 수면 부족에 시달릴 겁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세요. 그 값을 할 겁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는지 배워야 합니다. 결국, 스트레스가 대부분 사람을 망가뜨리거든요. 
이미 존재하는 길이나, 당신의 롤모델을 쫓아가지 마세요. “다음 단계”란 없습니다. “굉장한” 성공은 다른 성공과 다릅니다. 이미 입증된 방식이 있다면, 아마 이들에게는 맞지 않을 겁니다. 이들은 이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자신에게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을 새로 찾아야합니다. 그들은 기존의 조직에 적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창업가의 길을 택한 겁니다. 난독증, 자폐증, 주의력 결핍장애에, 블록을 맞추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하며, 논쟁에 말려들고, 보트를 뒤흔드며, 서무적인 일을 비웃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키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꿔줄 수 있는 그 분야에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거나, 두려워하더라도 어쨌든 계속 헤쳐나갑니다. 모든 이의 주목을 받는 극적이고 화려하며 창피한 실패 이후에도 이를 다르게 바라보며 실패가 아닌 걸로 만들어버립니다.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는 실패를 겪으면, 그들이 모르는 것들을 배우죠. 그렇게 점점 단단해져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글을 읽고 있지 않을 겁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이런 글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대신 알렉산더 제왕이나 예카트리나 대제처럼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위인의 일대기를 읽을 겁니다. 인터넷 서핑은 시간을 잡아먹고, 그들은 자신의 시간이 귀중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거든요. (Justin Musk, Quora)




비누

이승환 


인터넷으로 참 많이도 사댔지
평생 써도 될만큼 많은 비누를 사곤 한참 웃었지
근데 그 많던게 어제 마침 똑
떨어지더라
아쉽지 않으니 그게 좀 묘하더라 
익숙하게 구부러진 골목을 지나 혹시 만날까
바뀌지 않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진 않을까
더이상 내가 너를 그리워 하지 않는게 편하기만 해
잠깐 번거로웠어 
구질구질하게도 몸은 너를 기억한다 
빨리도 닳고 물러질 거면서 견고한 척을 했네
아무렇지 않은게
잘만 사는게
그나마 위안인데
유일하다고
특별하다고
믿었던건 조금 슬프다
가끔 쓰리다

2015년 4월 21일 화요일

나중에

나의 딸이, 아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그 뒷모습이 점이 될때까지 계속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학교에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살기 좋을까

2015년 4월 20일 월요일

수학자가 되기엔 너무 늦은걸까

요즘 가끔 생각한다.
너무 늦지 당연히.
하지만 아마추어 수학자는 나이제한같은게 없으니까,
그런걸 하면 되나.
아마추어로 하는 일은 사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직의 변

http://bizn.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504201030421&code=920507&med=khan


기사가 좋고, 혹시 없어질까봐 캡쳐해서 이미지도 올려둔다.



마지막 말이 또 인상적이다.
“그저 조용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쏟아내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시끄러울 것이다.
조잘조잘조잘조잘
끊임없이 말하고 생각하고 쏟아내고, 종종 생각도 하기전에 말하고, 말하면서 정리하고, 다시 바꿔 말하고, 그리 될 것이다.

심보선 <아내의 마술> 中

온 세상을 슬픔으로 물들게 하려고
우는 아내가 식탁 모서리를 오래오래 쓰다듬고 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마술이다

아래 옮긴 최승자씨의 ‘너에게’도 좋지만, 이런 시가 더 좋다. 비유이긴 하나 화려한 느낌보다는 수수하고 정갈한 느낌.

불륜

요조



가사가 정말 파괴적이다.
정말 굉장하다. 찬사다.

방 문을 굳게 잠그고
창문도 모두 닫고
어두운 방 안 모든 건
급하게 안전하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자신 없어서도 아니고
덧 없는 세상이 보기엔
아깝기 때문에
너를 사랑해
그 무엇보다
너를 사랑해
그 무엇보다
미끈하고 깨끗하게
끝나 보도록 하자


너에게

최승자
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나는 네 심장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죽지 않는 태풍의 눈이 되고 싶다.

1, 2행이 마음에 든다. 마음과 바람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서로 비교되는 두 대상이 섞여버려서 멋진 표현이 나온건가 싶기도 하고. 3, 4행은 1, 2행의 충격에 비해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2015년 4월 16일 목요일

그리움, 썼다 지웠다

MJ


가사중에

다듀와 산이처럼 유명하지 못해서
이 노래가 너에게 닿지 못할까 걱정돼
이번 앨범도 마음처럼 안돼서
진심이 묻힐까봐 나 많이 고민돼

가 있는데 처음에 들을 때는 ‘못해서’, ‘안돼서’ 가 ‘못됐어’, ‘안됐어’ 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듀와 산이처럼 유명하게 못됐어
이 노래가 너에게 닿지 못할까 걱정돼
이번 앨범도 마음처럼 안됐어
진심이 묻힐까봐 나 많이 고민돼


노래 처음부분도 좋다.

벌써 열한번째 앨범을 냈어
들어본 적 없을 거야 내 얘기들
언젠가 잘될 거란 믿음 아직 갖고 있어


2015년 4월 3일 금요일

살인의 추억

호핀에 있길래 다운받아봤다.


“밥은 먹고 다니냐”



마지막 장면인데 실제로는 2~3초 정도에 불과하지만 어찌나 인상이 강렬했던지 영화관 나오면서도 계속 생각이 날 정도였다.
 엔하위키 미러에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날마다 타인

한혜정

네가 보낼 하루가 궁금하여
이런 저런 추측을 해본다
네가 궁금해 않는 내 하루가
푸석거린다 몹시 바스락거린다

잊혀지는 게 그토록 쉬운 일인데
쓸쓸한 마음에
나를 한번 돌아보고
이제 나의 차례인가 서글퍼져도
나는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어라

2015년 4월 1일 수요일


reinforcement learning의 알고리즘 별 누적 reward graph.
마음에 안드는 점은 만약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수익곡선이 저렇다면 초반의 손해를 계속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물론 주식시장이 항상 같은 방식으로 반응해준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대략 난감하다.

무직은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까

뉴스 페퍼민트 기사

교육 
텔레비전/여가/수면 그룹, 집안일/보살피기 그룹 외에 두드러지는 한 그룹이 교육 그룹입니다. 비록 11명에 불과했지만, 이 그룹에 속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9시간을 교육에 바칩니다.
굉장히 특이하다.
나도 열심히 더 노력해야겠다.

2015년 3월 30일 월요일

영화 <행복한 사전>

일본영화. 원제는 다른것 같은데 일어를 전혀 몰라서.




사랑에 빠진 주인공이 ‘사랑’을 정의하려 애쓰고 있다.
아래는 그렇게 해서 나온 것.

사랑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자나 깨나 그 사람 생각이 떠나지 않고,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며,
몸부림치고 싶어지는 마음의 상태. 
이루어지게 되면,
하늘에라도 오를 듯한 기분이 된다.

일어를 전혀 몰라서 자막을 받아 적었다.

2015년 3월 27일 금요일

국가의 테러와 루페

시사IN의 <국가가 테러의 공범이 될 때> 중에,

<중앙경제신문>이라는 언론사에 오홍근이라는 기자가 있었어. 그는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여러 편 게재한 뒤 누군지 모를 사람들의 협박을 받아왔어. 특히 ‘청산해야 할 군사 문화’, 즉 그때껏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군대의 폐단을 대놓고 공격한 며칠 뒤 출근길에 누군가 오홍근 기자를 불러 세웠고 주먹이 날아들었어. 오 기자가 깨보니 병원이었는데 허벅지에는 길이 30㎝의 칼자국이 나 있었지.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했어. 하지만 아파트 곳곳을 순시하던 경비원이 며칠 전부터 수상쩍은 행동을 보이는 외부인의 포니2 승용차를 눈여겨보고 있었고 자동차 번호까지 적어두었던 거야.
차량 소유주는 놀랍게도 국군 정보사령부였어. 자동차 색깔까지 바꿔 칠하고 근무일지를 조작하는 등 발뺌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범인이 잡혔지. 역시 정보사령부 요원들이었어. 처음에는 오홍근 기자의 기사를 본 부대원들이 분노하여 독자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했지만 수사 결과 장군들을 비롯해서 높은 사람들이 개입하고 지시한 일로 밝혀졌어. 
그런데 군법 재판부는 “범행 동기가 개인의 사리사욕이나 이기심에서가 아니라 군을 아끼는 충정에서 비롯됐고,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가볍기 때문에 이를 참작해 집행유예와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버려. 정보사령관은 제대 후 한국중석이라는 공기업 사장으로 갔고 테러범 대부분은 정보사령부에 복귀하게 돼. 
 더하여 아빠가 두려워하는 것은 변변치 못한 개인의 일탈 행위를 빌미로, 한 국가가 자신을 거스르는 이들을 쓸어버리는 깡패로 변신하는 역사의 재연이란다. 비슷한 일, 아니 거의 똑같은 일이 1933년 2월27일 독일에서 벌어졌거든. 독일 국회의사당에서 불이 났고 현장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판 데어 루페라는 자가 방화 도구를 지닌 채 체포됐어. 그는 공산당 가입 경력이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청년이었지. 그가 방화에 책임이 있는 건 거의 확실하지만 공산당이 조직적으로 이 방화를 벌인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어. 하지만 히틀러와 나치당은 이 사건을 ‘공산당의 음모’로 몰아붙이면서 공산당을 범죄 집단으로 규정했고 독일 헌법정신을 짓밟는 비상사태법을 선포하도록 분위기를 주도해갔지. “어떤 목소리가 나로 하여금 독일 노동자의 비참한 처지에 항의하기 위해 의사당에 불을 지르라고 했다”라는, 확실히 비정상적인 청년 루페는 대역죄인으로 참수됐고 말이야.

오늘자 경향신문에 <대법 “긴급조치 발령, 불법 아니다”… 독재에 ‘면죄부’> 기사를 보니 여전한것 같다.

대법원은 2010년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이라고 선고하면서 “긴급조치가 유신헌법 53조에 근거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본질을 침해했으며 당시 국가가 중대한 위기상황이거나 국가안전에 직접 위협을 받을 때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 같은 판결 이후 2011년 4월 박 전 대통령과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고통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며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개개인의 권리에 법적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긴급조치의 내용이 사후에 위헌·무표로 선언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통령의 ‘고의나 과실행위’에 따른 국가배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5년 3월 25일 수요일

그려보다

김은태, 조영현




가끔씩 걸려온 늦은 전화
오랜 침묵의 숨소리
그것도 좋은데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가끔씩 들리는 너의 안부
잘지낸다는 그 얘기
왜 그리 미운지
이런 내가 못된거지

너와 같은 그 이름에
우리사진 그 풍경에
낯익은 그 정류장에
어디든 니가 있어

반짝이는 눈물따라
자주 걷던 골목 그 길에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배반

노영심

가만히 듣고 있으면 까닭모르게 가슴이 턱 막혀올 때가 있다.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안녕하신가영


오늘도 너라는 또 다른 갈림길에서
멈춰서 발을 떼지 못하네
어느 쪽을 가든 늘 후회하지 않았나
다른 쪽 길을 걸어보지 않은 우리는

미련 아니면 후회였고
시작 아니면 끝이었던
네가 아니면 내가 아닌
시간들 속에 멈춰있던
나는 여전히 원래 그랬던 사람처럼
막다른 갈림길에 그냥 서 있을 뿐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어느 날 불같은 사랑을 했고

나 같은 직업을 가지는 방법: 애런 스워츠

글중에,
처음에 우리는 그들이 제안하는 모든 것을 수락했습니다. 운 좋게도 그런 식의 대처가 제대로 먹혔습니다. 그들이 자신이 바라는 바를 공식 계약으로 써내는 속도보다, 우리가 프로그래밍하는 속도가 빨랐으니까요.

인수합병! 우리가 늘 꿈꿔왔던 것이죠. 더는 돈 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저기 어떤 회사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저희는 그냥 부자가 되기만 하면 되는 것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많은 이가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그냥 호기심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도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많은 사람은 자신이 그 분야를 충분히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이들이 이미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해봤으리라 믿고, 그냥 시도를 포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방법을 정말 아는 사람은 드물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이들은 더욱 드뭅니다. 그러니까 만약 여러분이 무언가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 꽤 잘해낼 것입니다.

2015년 3월 24일 화요일

88만원 세대와 88억 세대

기사중에,
지난 몇 해 동안 한국에서 발간된 책 가운데 가장 파렴치한 책을 꼽는다면 단연 <아프니까 청춘이다>일 것이다. ‘청년의 지옥’이라 불리는 사회에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 청년에게 할 첫 번째 말은 ‘미안하다’여야 한다. 좀 더 사리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을 바꾸자, 나도 함께하겠다’여야 한다. 그런데 아프니까 청춘이라니. 게다가 저자 김난도는 이른바 소비 트렌드의 권위자로서 매년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내는 사람이고 고급호텔에 사장들을 모아놓고 올해의 장사거리에 관한 세미나와 특강을 하는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행태 자체를 비난할 건 없겠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동시에 소비는커녕 생존 자체가 암담한 청년들에게 그런 설레발을 친다는 건 섬뜩한 일이다. 어찌됐든 그는 청년들의 멘토로 군림했고 제 책을 300만부 넘게 팔아치웠다.
다행스러운 건 청년들이 더는 그런 유의 설레발을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혜민이라는 중은 얼마 전 제 페이스북에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자기 중심이 없어서라느니 따위 이야기를 했다가 격렬한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으로 큰돈을 벌고 유력한 문화자본가가 되었는데 이 또한 김난도의 것 못지않게 기막힌 책이다. 저야 미국 대학의 교수에 중이니 삶의 번민이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멈추고 정리하면 되겠지만, 멈추고 싶어도 도무지 멈출 처지가 못 되는 사람들에게 그게 어디 할 말인가. 총각네 야채가게 사장 이영석은 몇 해 전 낸 책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에 적은 ‘일을 가르쳐주는데 내가 돈을 받아야지 왜 주는가’ 따위의 내용이 새삼스레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언급한 세 책들이 근래 출판시장에서 가장 약진했다 평가받는 한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며, 이 사회를 한때 휘어잡은 어떤 정신적 파행을 드러낸다.
어찌됐든 광장에 세워져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모자랄 파렴치한과 철딱서니들이 청년들의 멘토로 군림하며 그 얇은 지갑을 터는 일은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의 의식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열정페이라는 이름의 노동 착취로 비난을 받고 사과를 한 건 물론, 조기숙씨는 갑질하는 고객 앞에서 무릎 꿇은 주차 알바 청년이 청년답지 못하다고 했다가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그런 변화들이 불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일어났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더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감추고 분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실 열거한 멘토들이 파렴치함을 넘어 사악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이 부도덕한 사기행각으로 치부한 걸 넘어 청년들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의도했든 안 했든 체제의 충직한 주구 노릇을 해왔고 그들의 영예와 안락은 그 대가였던 셈이다. 

출판사는 ‘샘앤파커스’. 주로 자기계발 서적을 출판한다.

어떤 소년의 성장기

기사중에,
 여름엔 뚝섬에서 사람들이 먹다 남긴 치킨, 피자, 맥주를 가져다 먹었다. 노숙인들은 혼혈이라는 이유로 욕을 하지도 않았고, 선생님처럼 공부를 하라고 야단치지도 않았다.




코스트코

기사중에,
 만약 선풍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지, 고급형을 살지 저가형을 살지, 인터넷에서 주문할지 가전 매장에 갈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코스트코에 가서 선풍기가 있다면, 그냥 그걸 사면 되는 것이다.


2015년 3월 18일 수요일

을엄(乙广)

 ‘구부러진 조그만 집’이라는 뜻이고 이덕무의 많은 호 중에 하나. 숨어사는 것을 편안히 여겨서 은둔하려고 했는데 그 때 지은 호라고 한다.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가 지은 <간서치전>의 내용이다.

목멱산(남산) 아래 어떤 바보가 살았다. 말을 잘하지 못해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성품이 게으르고 졸렬하여 세상일을 알지 못했으며, 바둑이나 장기는 더욱 알지 못했다. 남들이 욕을 해도 따지지 않았고, 칭찬을 하여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오직 책을 보는 것만 즐거워하여 추운 줄도 더운 줄도 배가 고픈 줄도 몸이 아픈 줄도 전혀 알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손에서 하루라도 책을 놓은 날이 없었다. 그의 방은 매우 작았지만 동쪽, 남쪽, 서쪽에 창문이 있어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면 해가 가는 방향을 따라 밝은 곳에서 책을 보았다. 보지 못한 책을 보기만 하면 기뻐서 웃었으므로 집안사람들은 그가 웃는 것을 보고 그가 진기한 책을 구한 줄 알았다. 두보의 오언율시를 아주 좋아하여 아픈사람처럼 끙끙대며 읊조리다가 심오한 뜻을 깨달으면 매우 기뻐하여 일어나 왔다갔다하였다. 그 소리가 마치 갈가마귀가 우는 것 같았는데, 어떤 때는 조용히 아무 소리 없이 눈을 크게 뜨고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하고, 어떤때는 잠꼬대 하는 것처럼 중얼거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런 그를 보고 간서치라 놀렸지만 기쁘게 받아들였다.

(74쪽)

가난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사람을 생각해봐도 모르겠더군. 부모가 어찌 나를 가난하게 만들려고 했겠는가? 하늘도 땅도 만물에 대해 사심이 없는데, 어찌 하늘과 땅이 나를 가난하게 했겠는가? 나를 가난하게 만든 사람을 찾으려 했는데 찾을 수 없었네. 그러니 이렇게 곤궁한 지경에 이른 것은 운명이겠지!”

<장자> 내편 <대종사>에 실린 고사에서 자상子桑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한다.
박철상 <서재에 살다> 55쪽

2015년 1월 5일 월요일

야만적인 앨리스씨

형.
…
형.
…
번개 친 거 봤냐, 새벽에.
…
봤냐고.
못 봤다.
못 보고 뭐했어.
…
잤냐.
잤다.
에이, 자지 말고 보지.
…
형, 오늘 개 봤어?
……왜.
봤냐고.
봤다.
보지 말고 자지.
뭐?
보지 말고 자지.
자지 말고 보지, 보지 말고 자지, 자지, 자지 말고 보지, 보지, 하고 앨리시어의 동생은 웃는다. 앨리시어가 내던진 베개에 얼굴을 맞고도 멈추지 않는다. 기침을 하고 더 웃고 숨을 고르느라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그가 말한다.
형.
…
형.
…
자냐 형.
자냐고, 씨발.
씨발이라고 하지 마라.
왜.
…
형.
…
불 켤까?
자라.
잠이 안 오는데.
자라고.
안 오는데 어떻게 자냐 잠을.
어쩌라고.
나 얘기 하나만.
…
듣다가 자게 하나만.
…
형.
…
형.
아 씨발.
씨발 하지 말라면서 자긴 씨발거리냐.
하나만 한다.
어.
들어라.
어.
제대로 들어.
어.
애새끼가 있었다. 애새끼는 자기 어머니가 여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얼굴이 이상해질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새끼가 보기에 밤에 불을 끄고 나면 특별히 더 이상했다. 어둠 속에서 코라거나 입의 윤곽이 아무래도 사람의 것이라기보다는 주둥이라서, 눈도 길어 보이고, 귀도 길어 보이고, 아무래도 여우라서, 밤에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러면서 어머니를 보면 어둠 속에서 그녀도 애새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밤이었다. 애새끼는 용기를 낸 거야. 만져보려고 팔을 뻗어본 거야. 기다란 주둥이에 손을 대본 거야. 그러자 구흣, 하고 어머니가 웃었다.
굿?
여우는 그렇게 웃는 거야.
여우였나!
진정한 여우였던 거지. 여우가 애새끼 손을 잡으면서 굿, 하고 웃었다. 들켰나, 여우라는 것을 들켰나, 하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여우다, 오래전부터 뼛속 깊이 여우다, 애새끼 손을 잡은 채로 그녀가 말했다. 나는 말이야, 나처럼 뼛속 깊이 여우인 여우들이 인간인 척 마을을 꾸리고 사는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마을에 네 아버지가… 한 청년이… 목욕봉사를 하러 마을로 들어왔던 거야, 하고.
목욕봉사?
사람들을 목욕시켜주는 일 말이야 새끼야.
어.
어디까지 했냐. 청년이, 그 청년이, 뭐라 그랬겠냐. 솔이며 비누가 담긴 자루를 메고 그 마을에 들어선 청년이 뭐라고 그랬겠냐고. 왔나이다, 하지 않았겠냐.
왔나이다, 가 뭐야.
옛날이니까.
옛날엔 그렇게 말했어?
옛날이니까. 왔나이다, 왔나이다, 목욕봉사 왔나이다, 하고 등장하니까, 자기들의 마을을 꽉 닫아두었다고 믿었던 여우들로서는 허를 찔렸다고나 할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지 않았겠냐. 여우들이 어땠겠냐, 뭐라 그랬겠냐, 먹어버리자, 먹어서 치워버리자, 그러지 않았겠냐. 하지만 여우들은 그 청년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하는 것을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여우라는 것이 또 호기심이 대단해가지고, 모처럼 마을에 들어온 인간이 목욕을 도와주러 다닌다는데, 그렇다면 목욕을 받아볼까, 하고 여기저기서 드러누워버렸던 거였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하고 애새끼가 묻자, 네 아버지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성실하게 목욕을 도왔단다. 하루만으로는 끝나지 않아서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나고 닷새 엿새, 그렇게 보름 동안이나 목욕을 도왔단다, 하고 여우가 말했다. 여우는 처음부터 그를 따라다니며 전부 지켜보았다는 거였다. 여우는 뭐랄까, 마을 여우들과는 뭔가 다른 그 청년이 좋았다는 거야. 그래서 여우는 청년이 마을을 떠나던 날에 몰래 따라나섰다는 거야.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청년의 앞으로 나서서 엎드리며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반했나이다.
옛날이니까.
옛날엔 뭐든 그렇게 말했을 거니까, 반했나이다, 반하고 말았나이다. 그걸 듣고 청년은 어땠겠냐, 곤란했겠지, 뭐래, 이러면서, 곤란했겠지. 하지만 본색이 여우고 진정 예뻤으니까, 여우를 결국 집으로 데려갔고, 그뒤로 새끼를 낳은 거지.
…
…
그래서?
뭐?
새끼를 낳고, 그래서?
그래서… 새끼를 먹이는 거지.
새끼가 뭘 먹는데?
고기 먹겠지.
나도 고기.
고기도 먹고 과자도 먹고 사탕도 먹고 엄청나게 먹어대니까 가난하지 않았겠냐.
그럼 가난해?
고기랑 과자랑 엄청 비싸니까. 청년의 인간적인 부모형제누이들이 그걸 보고 뭐라고 했겠냐. 진정 인간적으로 보란듯 가르쳐놨더니 그 많은 암컷 가운데 돈이고 뭐고 없는 여우를 데려왔다, 이러고 지랄하지 않았겠냐. 여우로서 맨몸으로 시집을 온 처지에 염치도 없이 덜컥, 고래 같은 새끼를 낳아서, 그 두개의 입을 한번에 먹이느라고 자신들의 형제가 얼마나 고되겠느냐고 틈만 나면 여우를 잡으려 들지 않았겠냐. 서방 잡을 년, 씨발 년, 썅년, 여우 같은 아니 진정한 여우 년, 세수할 때 비누 세 번 비빈다고 씨발 년, 국 끓일 때 소금 넣는다고 썅년.
그건, 그건 그 얘기다.
뭐.
우리 뒷집 아줌마, 그 집 얘기다.
아니다.
그 집 얘긴데. 그 집 할머니가 그 집 아줌마한테 맨날 그랬는데.
하지 말까.
아니야.
안 해 새끼야.
아니야 그래서?
…
형 그래서.
그래서 썅…년…씨…발…년…하도 그런 말을 들으니까 여우가 어땠겠냐. 와 내가 정말 씨발 년인가, 나는 진정 썅년인가, 서방을 잡을 년인가, 생각하지 않았겠냐.
어.
그래서 서방이 죽고 말았을 때.
뭣, 그 아저씨도 죽냐.
죽고 말았을 때, 여우는 생각하지 않았겠냐. 서방의 부모형제누이들이 말하는 대로 내가 먹었나, 나도 모르는 틈에 서방을 내가 잡아먹었나. 공허하도다, 하고 여우는 울지 않았겠냐. 울고 울고 울어서 여우의 얼굴이 되었다가 인간이 되었다가 하니까, 서방의 형제들은 조문객들에게 여우를 보이지 않으려고 방에 가두었던 거야. 여우가 날뛸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방에 가둬두고 서방의 시신도 보여주지 않았던 거야. 마지막 가는 길이니 보여달라고 애원을 해도 보여주지 않아서, 그녀는 장례가 진행되는 내내 그 방에서 공허하도다, 울다가 마침내 마음먹었다. 먹어주마, 먹지 않아도 먹었다, 먹어도 먹었다, 라는 소리를 들을 바엔 내 차라리 너희를 먹어주마. 여우는 기다렸다. 장례식이 끝나고, 인간들이 자신을 가둬두었던 방의 문을 여는 때를 기다렸던 거다. 마침내 문이 열렸을 때, 여우는 진정한 여우가 되어서, 씨발, 이러면서, 인간을 덮쳤던 거다. 씨발 썅년의 맛을 보여줄까, 씨발의 맛을 보여줄까, 씨발, 내가 씨발, 나는 씨발, 이러면서 온 집안을 완전 씨발상태로 만들어버리고 씨발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
어어.
잘 들었냐.
어.
알겠냐 너.
어?
씨발, 이라고 자꾸 들으면 씨발, 이 된다는 거.
어.
씨발, 이라고 자꾸 말해도 씨발 된다 너.
왜?
말하면서 자기 말 듣게 되잖아, 씨발 씨발, 하고.
오.
…
형 그럼 뒷집 아줌마는 여우가 된 건가? 이제 여우라서 안보이는 건가?
몰라 새끼야.
…
…
형.
…
형은 나더러 새끼라고 그러잖아.
새끼니까.
새끼냐.
새끼지 니가 그럼 아빠냐.
그럼 형도 새끼다. 나도 형더러 새끼라고 할 거다. 형 새끼, 새끼 형.
이 새끼가.
…
…
형.
…
그래서 여우는 어떻게 되냐.
그래서… 그리고… 새끼는 자라고 너는 자는 거지.
…
자라.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