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5일 수요일

실패하는 증명

 실패하는 증명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 가진 성질을 이용한다. 결국 ‘A는 A다’라는 너무 당연한 말을 비비 꼬아서 적은 것에 불과한 것. 이게 문제가 어려워지면 자기 자신도 속는다. 그 자신을 이용한 것인지 알아내는 것은 곰곰히 생각해보면 본질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증명은 무언가를 엄밀하게 정의(define)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좋은데, ‘어떤것을 정의한다’는 문제는 그 자체로 순환적이기 때문이다. ‘뭘 정의를 해야겠으니 그것에 대해 알아야겠는데, 아니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한다니. 그게 정의라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얘기. 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대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정의가 명확하면 이해가 흐릴 수가 없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정의하고 엄밀한 정의가 더 좋은 이해를 낳는다. 이렇게 선순환 사이클을 타서 무모순성에 얼른 도달해야 그걸 또 다른 곳에 써먹고 하는데, 이 과정이 그리 녹록치가 않다. ‘문제 안에 답이 있다’는 말이나, ‘옳은 답을 얻으려면 옳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다 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