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8일 월요일

‘무뢰한’의 전도연

이것으로 무뢰한에 대한 세번째 포스트가 되는 것 같다.
우연히 웹서핑하다 발견했는데 전도연씨가 2016 제7회 올해의 영화상에서 영화 무뢰한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셨다고 한다. 처음듣는 상이긴 하다. 2014년 영화를 2016년에 수상하는 것도 특이한것 같고.

DAUM영화에 보니까 올해의 영화상은

이런 상이라고 한다.

충분한 노력

 유도 66kg급 안바울선수 영상을 오전에 잠깐 보았다. 준결승에서 일본선수를 이기는 순간에, 경기가 끝났음에도 일본선수(에비누마)가 안바울선수를 놓지 못하던 1초정도의 순간이 너무 인상깊다. 상대의 옷깃을 차마 쉽게 놓을 수가 없었던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져 오는것 같았다.
 충분한 노력을 다 해서 할만큼 하고 나면 미련이 없다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충분한 노력은 생각만큼 그렇게 멋지지 않다. 오히려 더럽고 추하다. 그것과 세상 남은 모든 것을 바꾸기도 마다 않는 탐욕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상태가,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충분한 노력은 광기에 가깝고, 아주 지저분하게도, 목표를 얻을 때까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그 목표가 ‘끝’을 정의하기 애매한 영역이라면, 말 그대로 비극밖에 다른 결말이 없다.

2016년 6월 30일 목요일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아버지는 유에게 새 옷과 새 공책, 그리고 도시 애들이 쓴다는 귀한 샤프연필과 장난감을 주고 갔다. 유를 알아보고 두 손을 유의 좁은 겨드랑이에 껴넣어 자신의 머리 위까지 높이 추켜들면서 아버지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쩌다 놀러 온 먼 친척처럼, 또는 안면을 익히고 지내는 다정한 손님 아저씨처럼 언제든지 떠나갔다.
─ 금희 소설집『세상에 없는 나의 집 』중 「 월광무」일부

우리 아이들도 나를 이렇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6년 6월 28일 화요일

정신에게

홍진경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 사람 알면 뭐해.
그것은 자랑거리도 못되고 그저 불려다녀야 하니 몸만 피곤한 것.
나는 성격이 좀 모가 나도 삐딱해도 너의 파리한 손끝과 예민한 핏대에 순종하여
함께 있는 시간이 달다.
그리하여 이제껏 본적 없는 긍정적인 내가 된다.
이런 것은 참 좋은 것.
뭐라 해도 달콤한 것. 네가 좀 못됐어도 내가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 착한 사람을 알면 또 무엇해.
그것은 역시 자랑거리도 못되고 많은 이들 가운데에 외롭기만 그지 없다.

2016년 6월 3일 금요일

홍재목 - 당신이 그대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이게 뭐하나 싶어 이제 
나 어떡하죠
그대가 보고 싶어요

2016년 5월 30일 월요일

깊은 심심함

철학을 포함한 인류의 문화적 업적은 깊은 사색적 주의에 힘입은 것이다. 문화는 깊이 주의할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깊은 주의는 과잉 주의hyperattention에 자리를 내주며 사라져가고 있다. 다양한 과업, 정보 원천과 처리 과정 사이에서 빠르게 초점을 이동하는 것이 이러한 산만한 주의의 특징이다. 그것은 심심한 것에 대해 거의 참을성이 없는 까닭에 창조적 과정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는 저 깊은 심심함도 허용하지 못한다. 발터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고 부른 바 있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단순한 분주함은 어떤 새로운 것도 낳지 못한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생하고 가속화할 따름이다. 벤야민은 꿈의 새가 깃드는 이완과 시간의 둥지가 현대에 와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그런 것을 “짜지도, 잣지도” 않는다. 심심함이란 “속에 가장 열정적이고 화려한 안감을 댄 따뜻한 잿빛 수건이다.” 그리고 “우리는 꿈꿀 때 이 수건으로 몸을 감싼다.” 우리는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 속에서 안식한다.” 이완의 소멸과 더불어 “귀 기울여 듣는 재능”이 소실되고 “귀 기울여 듣는 자의 공동체”도 사라진다. 이 공동체의 정반대편에 있는 것이 우리의 활동 공동체이다. “귀 기울여 듣는 재능”은 깊은 사색적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에 바탕을 둔다. 지나치게 활동적인 자아에게 그런 능력은 주어지지 않는다.

- 한병철, 피로사회중 ‘깊은 심심함’ 파트의 일부분. pp32-33

2016년 5월 25일 수요일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

- 한 강, ‘서시’ 의 부분부분. *표가 중략한 부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마지막 부분을 되뇌이게 된다.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