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
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
2015년 12월 9일 수요일
2015년 11월 26일 목요일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글쓰기에 관한 조언
원문 : http://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01513
12. 그 순간 나오는 생각을 적어라. 골똘히 짜내지 않은 생각들이 보통 가장 가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
13. 내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냐고? 지어낸다. 다 내 머리 속에서 나온다. (닐 가이먼)
17. 아마추어들이 영감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프로들은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스티븐 킹)
19.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잘 해내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초월할 때, 비로소 일하기 시작한다. (알랭 드 보통)
23. 재능은 싸구려다. 중요한 건 훈련이다. (앙드레 드뷔)
29. 가능한 한 자주 글을 써라. 그게 출판될 거라는 생각으로가 아니라, 악기 연주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J.B. 프리슬리)
32. 매우 일찍 일어나서 바로 일을 시작해라. 먼저 일하고, 씻는 건 나중에 해라. (W.H. 오든)
인상적이거나 마음에 드는 것들을 뽑아본 것인데 가만 보니 내가 ‘해야 할 일’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
강우
김춘수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잠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시월의 현상 - 도재명
그리워라
지난 시월의 현상
불완전한 기억
불안정한 감정
미숙한 질문과
미온적인 대답
사려깊은 배려와
사치스런 욕심
어색한 공기와
익숙한 취기
내게 행복이었던
너의
수줍은 눈빛과
느린 걸음
내겐 고난이었던
머뭇거림
그리고
기약없는 기다림
https://www.youtube.com/watch?v=wkfpQl3jTkE
지난 시월의 현상
불완전한 기억
불안정한 감정
미숙한 질문과
미온적인 대답
사려깊은 배려와
사치스런 욕심
어색한 공기와
익숙한 취기
내게 행복이었던
너의
수줍은 눈빛과
느린 걸음
내겐 고난이었던
머뭇거림
그리고
기약없는 기다림
https://www.youtube.com/watch?v=wkfpQl3jTkE
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페렐만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 열 명을 비롯해서 총 서른다섯 명의 청소년들을 맡은 리지크는, 그들의 담임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불가능한 과제라고 느꼈다. 수학 클럽 아이들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경이로운 영재인 알렉산드르 골로바노프는 맨 앞에 앉아서 “다른 학생들이 입을 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곤 했습니다”라고 리지크는 회고했다. 그리샤 페렐만은 뒤에 앉았다. 그는 해답이나 설명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 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는 손을 들곤 했지요.” 리지크는 페렐만의 동작을 흉내내려고 책상 위에 얹었던 손을 살짝만 들어 올렸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동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말은 최종 판결이었어요.” 게다가 페렐만은 다른 비범한 학생들이 하는 짓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수업 시간에 한눈을 팔면서 이를테면 다른 문제를 푸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실질적으로 그에게 소용이 없는 논의를 경청했다. 규칙은 규칙이었고, 학생은 수업중에 경청해야 마땅했으니까.
리지크는 예전에도 페렐만 같은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 아이가 매년 입학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예외적일 정도로 겸손했습니다. 자만심 따위는 전혀 없었지요. 나는 그것이 미래에 특별한 인물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골로바노프 같은 아이들도 봤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수학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들은 대학교수의 수준에서 멈춥니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아이들은 성품이 달라요.” 리지크는 노련한 교사의 눈으로 경외심을 일으키는 학생 페렐만을 발굴했다. (pp.78~79)
나머지 경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데올로기 강의뿐 아니라 성적 미달자들을 위한 대형 강의, 그리고 자기가 전공하려는 영역 바깥의 강의를 빼먹을 구실을 만드느라 바빴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으니, 당연히 페렐만이었다. 그는 모든 강의에 참석했다. 그의 성적은 5점 만점에 4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대형 강의까지 들었다.
골로바노프는 마르크스주의 강의들을 “미친 과목들”이라고 불렀다. 페렐만은 그것들을 학업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대단한 압축력을 지닌 자신의 뇌를 학우들을 위해 사용했다. “이 대목에서 그리샤의 명확한 정신이 매우 요긴했습니다”라고 골로바노프는 회고했다. “그 과목들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무의식의 흐름과도 같아서 전부 다 처리하든지, 아니면 아예 무시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자는 평범한 인간에게는 불가능했고, 후자는 위험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샤는 그 과목들에서도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냈습니다. 따라서 그 모든 미친 과목들에 관한 그의 노트는 우리에게 매우 소중했습니다.” (pp.115~116)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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