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6일 목요일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글쓰기에 관한 조언

원문 : http://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01513


12. 그 순간 나오는 생각을 적어라. 골똘히 짜내지 않은 생각들이 보통 가장 가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
13. 내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냐고? 지어낸다. 다 내 머리 속에서 나온다. (닐 가이먼)
17. 아마추어들이 영감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프로들은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스티븐 킹)
19.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잘 해내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초월할 때, 비로소 일하기 시작한다.  (알랭 드 보통) 
23. 재능은 싸구려다. 중요한 건 훈련이다.  (앙드레 드뷔)
29. 가능한 한 자주 글을 써라. 그게 출판될 거라는 생각으로가 아니라, 악기 연주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J.B. 프리슬리)
32. 매우 일찍 일어나서 바로 일을 시작해라. 먼저 일하고, 씻는 건 나중에 해라. (W.H. 오든)


인상적이거나 마음에 드는 것들을 뽑아본 것인데 가만 보니 내가 ‘해야 할 일’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

강우

김춘수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잠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시월의 현상 - 도재명

그리워라
지난 시월의 현상

불완전한 기억
불안정한 감정

미숙한 질문과
미온적인 대답

사려깊은 배려와
사치스런 욕심

어색한 공기와
익숙한 취기

내게 행복이었던
너의
수줍은 눈빛과
느린 걸음
내겐 고난이었던
머뭇거림
그리고
기약없는 기다림

https://www.youtube.com/watch?v=wkfpQl3jTkE

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페렐만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 열 명을 비롯해서 총 서른다섯 명의 청소년들을 맡은 리지크는, 그들의 담임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불가능한 과제라고 느꼈다. 수학 클럽 아이들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경이로운 영재인 알렉산드르 골로바노프는 맨 앞에 앉아서 “다른 학생들이 입을 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곤 했습니다”라고 리지크는 회고했다. 그리샤 페렐만은 뒤에 앉았다. 그는 해답이나 설명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 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는 손을 들곤 했지요.” 리지크는 페렐만의 동작을 흉내내려고 책상 위에 얹었던 손을 살짝만 들어 올렸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동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말은 최종 판결이었어요.” 게다가 페렐만은 다른 비범한 학생들이 하는 짓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수업 시간에 한눈을 팔면서 이를테면 다른 문제를 푸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실질적으로 그에게 소용이 없는 논의를 경청했다. 규칙은 규칙이었고, 학생은 수업중에 경청해야 마땅했으니까.
 리지크는 예전에도 페렐만 같은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 아이가 매년 입학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예외적일 정도로 겸손했습니다. 자만심 따위는 전혀 없었지요. 나는 그것이 미래에 특별한 인물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골로바노프 같은 아이들도 봤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수학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들은 대학교수의 수준에서 멈춥니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아이들은 성품이 달라요.” 리지크는 노련한 교사의 눈으로 경외심을 일으키는 학생 페렐만을 발굴했다. (pp.78~79)
 나머지 경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데올로기 강의뿐 아니라 성적 미달자들을 위한 대형 강의, 그리고 자기가 전공하려는 영역 바깥의 강의를 빼먹을 구실을 만드느라 바빴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으니, 당연히 페렐만이었다. 그는 모든 강의에 참석했다. 그의 성적은 5점 만점에 4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대형 강의까지 들었다.
 골로바노프는 마르크스주의 강의들을 “미친 과목들”이라고 불렀다. 페렐만은 그것들을 학업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대단한 압축력을 지닌 자신의 뇌를 학우들을 위해 사용했다. “이 대목에서 그리샤의 명확한 정신이 매우 요긴했습니다”라고 골로바노프는 회고했다. “그 과목들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무의식의 흐름과도 같아서 전부 다 처리하든지, 아니면 아예 무시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자는 평범한 인간에게는 불가능했고, 후자는 위험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샤는 그 과목들에서도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냈습니다. 따라서 그 모든 미친 과목들에 관한 그의 노트는 우리에게 매우 소중했습니다.” (pp.115~116)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중에서 

2015년 9월 23일 수요일

아는 형 글. 미국 관련.

아는 형이 쓴 글인데 아주 좋아서(내가 이 진위를 알아 좋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화 자체가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아서) 퍼온다.



 미국에서 면접볼 때 중요한 사항인 듯...미국에선 악수할 때 손을 꽉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함. 한국에서는 손을 꽉잡으면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어서 배려하기 위해 약간 느슨하게 잡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미국에서는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함. 그래서 중산층 가정에서는 악수할 때 꽉 잡으라고 어려서부터 반복 교육시킴.
 대화할 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면 저사람이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거나 뭔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남자건 여자건 아무튼 눈을 봐야만 함. 눈을 쳐다보지 않으면 상대방을 무시한다고 생각. 지나다니면서도 눈을 보기 때문에 눈 마주치면 '하이' 등의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 대도시에서 서로 무관심하기에 서로 눈 안마주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 관계가 있고 예의를 차리려면 눈을 맞쳐야 함. 이것도 중산층 가정에서 반복하며 가르치지만 하층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대목.
 면접에서 이것저것 질문하는 것도 미국 중산층 교육의 특징. 한국은 이런 상황에서 질문하면 기분나빠할까봐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이렇게 자연스럽게(자연스럽게가 중요, 잘못 질문하면 역효과가 나기도 하니...그래서 어려서부터 반복훈련이 중요)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마지막에 질문이 있냐고 할 때 그냥 넘기지 말고 적절한(적절해야만 함) 질문하는 것이 중요. 특히 언제 연락줄거냐고 물어보는 것은 한국에서는 좀 예의없어 보이지만 미국에서는 안 물어보면 회사에 관심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물어봐야 한다고 함. 한 예로 미국 중산층 부모들은 아이들이 병원에 진찰받으러 가기 전 의사한테 질문할 거리를 미리 생각해 보라고 하고 질문하는 것을 미리 반복연습시킨 후 의사와 대화할 때 실천하게 하고 나중에 어떤 대화를 했는지 물어보고 이것저것 더해주면서 발전시켜 나가는데 이런 것들이 의사와의 관계를 친근하게 만들고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데 중요하고 더 나아가 사회관계에서 중요하다고 함. 이런 상황은 강의시간이나 컨퍼런스 등에서도 반복되는데 질문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교수와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경우가 많음. 한국에서는 뭔가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 미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은 날카로운 질문도 교수에게 자신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은 교수와 친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질문으로 자신을 인식시키고 강의나 세미나 후 다가가서 대화를 이어가며 관계를 만들어 가는 수단으로 사용함. 한국사람으로 영어할 때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이런 것들인데 영어로 대화는 하지만 적절한 질문과 이어지는 대화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영어를 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음. 아무튼 질문을 하는 연습, 특히 적절한 질문을 하는 연습을 어려서부터 많이 한다고 함.
 미국에서는 중산층에서 사회적응하기위한 방법으로 이런 것들을 부모들이 어려서부터 반복 교육시키는데 빈민가에서는 이런 교육이 없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보면 이 사람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금방 알게되고 같은 계층, 문화를 가진 사람과 더 관계를 가지려 하고 채용하려 하는 문화가 반복됨.
 내 경우 눈 보는 거나, 손 꽉잡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나 편한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행동들이 내 의도와 관계없이 미국의 맥락에서 해석되어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 알게 됨.

2015년 9월 22일 화요일

이 나이면

이 나이면, 직업으로 하는 일 외에는 무엇을 해도 아마추어다.
프로가 될 가능성이 없는 아마추어.
무엇을 해도 취미생활이라는 말이고, 우선순위의 최하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좋든 싫든, 프로라면 아마추어의 일에 기웃거리는 일을 알아서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 돈을 벌어 식구를 먹여 살리면 인생에 있어서는 프로.


그런데 왜 자제가 안되지 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