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5일 수요일

나 같은 직업을 가지는 방법: 애런 스워츠

글중에,
처음에 우리는 그들이 제안하는 모든 것을 수락했습니다. 운 좋게도 그런 식의 대처가 제대로 먹혔습니다. 그들이 자신이 바라는 바를 공식 계약으로 써내는 속도보다, 우리가 프로그래밍하는 속도가 빨랐으니까요.

인수합병! 우리가 늘 꿈꿔왔던 것이죠. 더는 돈 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저기 어떤 회사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저희는 그냥 부자가 되기만 하면 되는 것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많은 이가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그냥 호기심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도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많은 사람은 자신이 그 분야를 충분히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이들이 이미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해봤으리라 믿고, 그냥 시도를 포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방법을 정말 아는 사람은 드물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이들은 더욱 드뭅니다. 그러니까 만약 여러분이 무언가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 꽤 잘해낼 것입니다.

2015년 3월 24일 화요일

88만원 세대와 88억 세대

기사중에,
지난 몇 해 동안 한국에서 발간된 책 가운데 가장 파렴치한 책을 꼽는다면 단연 <아프니까 청춘이다>일 것이다. ‘청년의 지옥’이라 불리는 사회에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 청년에게 할 첫 번째 말은 ‘미안하다’여야 한다. 좀 더 사리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을 바꾸자, 나도 함께하겠다’여야 한다. 그런데 아프니까 청춘이라니. 게다가 저자 김난도는 이른바 소비 트렌드의 권위자로서 매년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내는 사람이고 고급호텔에 사장들을 모아놓고 올해의 장사거리에 관한 세미나와 특강을 하는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행태 자체를 비난할 건 없겠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동시에 소비는커녕 생존 자체가 암담한 청년들에게 그런 설레발을 친다는 건 섬뜩한 일이다. 어찌됐든 그는 청년들의 멘토로 군림했고 제 책을 300만부 넘게 팔아치웠다.
다행스러운 건 청년들이 더는 그런 유의 설레발을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혜민이라는 중은 얼마 전 제 페이스북에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자기 중심이 없어서라느니 따위 이야기를 했다가 격렬한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으로 큰돈을 벌고 유력한 문화자본가가 되었는데 이 또한 김난도의 것 못지않게 기막힌 책이다. 저야 미국 대학의 교수에 중이니 삶의 번민이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멈추고 정리하면 되겠지만, 멈추고 싶어도 도무지 멈출 처지가 못 되는 사람들에게 그게 어디 할 말인가. 총각네 야채가게 사장 이영석은 몇 해 전 낸 책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에 적은 ‘일을 가르쳐주는데 내가 돈을 받아야지 왜 주는가’ 따위의 내용이 새삼스레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언급한 세 책들이 근래 출판시장에서 가장 약진했다 평가받는 한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며, 이 사회를 한때 휘어잡은 어떤 정신적 파행을 드러낸다.
어찌됐든 광장에 세워져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모자랄 파렴치한과 철딱서니들이 청년들의 멘토로 군림하며 그 얇은 지갑을 터는 일은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의 의식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열정페이라는 이름의 노동 착취로 비난을 받고 사과를 한 건 물론, 조기숙씨는 갑질하는 고객 앞에서 무릎 꿇은 주차 알바 청년이 청년답지 못하다고 했다가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그런 변화들이 불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일어났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더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감추고 분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실 열거한 멘토들이 파렴치함을 넘어 사악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이 부도덕한 사기행각으로 치부한 걸 넘어 청년들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의도했든 안 했든 체제의 충직한 주구 노릇을 해왔고 그들의 영예와 안락은 그 대가였던 셈이다. 

출판사는 ‘샘앤파커스’. 주로 자기계발 서적을 출판한다.

어떤 소년의 성장기

기사중에,
 여름엔 뚝섬에서 사람들이 먹다 남긴 치킨, 피자, 맥주를 가져다 먹었다. 노숙인들은 혼혈이라는 이유로 욕을 하지도 않았고, 선생님처럼 공부를 하라고 야단치지도 않았다.




코스트코

기사중에,
 만약 선풍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지, 고급형을 살지 저가형을 살지, 인터넷에서 주문할지 가전 매장에 갈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코스트코에 가서 선풍기가 있다면, 그냥 그걸 사면 되는 것이다.


2015년 3월 18일 수요일

을엄(乙广)

 ‘구부러진 조그만 집’이라는 뜻이고 이덕무의 많은 호 중에 하나. 숨어사는 것을 편안히 여겨서 은둔하려고 했는데 그 때 지은 호라고 한다.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가 지은 <간서치전>의 내용이다.

목멱산(남산) 아래 어떤 바보가 살았다. 말을 잘하지 못해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성품이 게으르고 졸렬하여 세상일을 알지 못했으며, 바둑이나 장기는 더욱 알지 못했다. 남들이 욕을 해도 따지지 않았고, 칭찬을 하여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오직 책을 보는 것만 즐거워하여 추운 줄도 더운 줄도 배가 고픈 줄도 몸이 아픈 줄도 전혀 알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손에서 하루라도 책을 놓은 날이 없었다. 그의 방은 매우 작았지만 동쪽, 남쪽, 서쪽에 창문이 있어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면 해가 가는 방향을 따라 밝은 곳에서 책을 보았다. 보지 못한 책을 보기만 하면 기뻐서 웃었으므로 집안사람들은 그가 웃는 것을 보고 그가 진기한 책을 구한 줄 알았다. 두보의 오언율시를 아주 좋아하여 아픈사람처럼 끙끙대며 읊조리다가 심오한 뜻을 깨달으면 매우 기뻐하여 일어나 왔다갔다하였다. 그 소리가 마치 갈가마귀가 우는 것 같았는데, 어떤 때는 조용히 아무 소리 없이 눈을 크게 뜨고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하고, 어떤때는 잠꼬대 하는 것처럼 중얼거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런 그를 보고 간서치라 놀렸지만 기쁘게 받아들였다.

(74쪽)

가난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사람을 생각해봐도 모르겠더군. 부모가 어찌 나를 가난하게 만들려고 했겠는가? 하늘도 땅도 만물에 대해 사심이 없는데, 어찌 하늘과 땅이 나를 가난하게 했겠는가? 나를 가난하게 만든 사람을 찾으려 했는데 찾을 수 없었네. 그러니 이렇게 곤궁한 지경에 이른 것은 운명이겠지!”

<장자> 내편 <대종사>에 실린 고사에서 자상子桑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한다.
박철상 <서재에 살다> 55쪽